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

마지막까지 선상(船上)에 남아

의연하게 연주를 하며 최후를 맞던

현악 연주자들의 모습이 생각납니다.

 

한 평생 사용하던 손때 묻은 악기로

마지막 기량을 최대로 발휘하여 연주를 하던

그들의 모습은 죽음을 앞에 두고서도

참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.

 

죽음의 공포로 절망에 빠진 많은 사람들조차

그 아름다운 선율에

하나, 둘 마음의 평안을 회복하던 모습은

감동 그 자체였습니다.

 

장례식에 참석하게 되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,

장례식의 주인공과 나와의 세월 간격도

점차 좁아지는 나이를 살면서

자문하는 질문들이 있습니다.

 

나에게도 죽음 앞에 허둥대지 않고

마지막까지 붙들고 있을 수 있는

손때 묻은 나만의 일과 사명이 있는지,

그 사명을 잘 감당함으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

인생의 아름다운 선율 하나는 소유하고 사는지

진지하게 물어보게 됩니다.

 

자기 존재의 이유를 분명하게 아는 사람은

행복한 사람입니다.

존재의 분명한 이유를 알아

매일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 나무에는

선한 열매들로 가득할 것 입니다.

 

내게 주어진 소명의 자리를 끝까지 지켜내어

누군가에게 작은 감동 하나라도

남기고 떠날 수 있는

견고한 인생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.

죽음 앞에서도 허둥대지 않고

마지막까지 의연하게 내 자리를 지켜가는

행복한 인생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.